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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6.07.02
이직
오래전부터 생각했지만 평상시 성격과 좀 우울감에 계속 미뤄왔던 주제다.
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루팡을 하면서 살고 있는데, 할 일을 하지 않는게 아니라 요즘 따라 더더욱 할 일이 없다.
일반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데, 거의 모든 개발 방향성이 사장이 마음대로 흘러가다 보니 못 버티고 나간 분들도 많이 계시다.
AI 산업이 떠오르고나서 한동안 눈길조차 주지 않더니 이제서야 AI쪽도 관련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.
나는 내 의견을 내놓고 남들의 의견을 들으며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, 지금 회사에 와서는 사장이 본인 의견 외에는 상대 의견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입을 꾹 닫게 되었다.
사장이 없을 때, 팀 회의에서는 지금도 많은 생각들을 내놓기는 하는데 팀장도 다른 직원들도 사장에 순응하고 더 이상 설득하기 싫어서 그런지 모든 의견들이 보류 상태로 넘어간다.
나는 전공을 살려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데, 요즘 많은 회의감이 들곤 한다.
이 직업이 불안한 상황이기도 하고 내가 이직을 할 수 있을 만큼 어떤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심...
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과 수입까지도...
무언가를 포기해야 다른 걸 볼 수 있지만, 나는 여우 같은 존재라서 늘 고민한다.
예전에 그런 내용을 봤었다.
한 가지 재주를 부릴 수 있는 곰은 살아남았지만, 천 가지 재주를 부릴 수 있는 여우는 살아남지 못했다.
나는 아주 얕은 여우다.
그나마 포기할 수 있는 건 돈이 가장 클 것 같은데...
문제는 다른 쪽에 경력이 없어서 애초에 채용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,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닌것도 어느정도 심리적인 벽으로 다가온다.
그래서 지금 회사를 캐시카우로 둔 채로 내 취미 활동을 좀 보강시켰지만 회사자체도 흔들리다보니 걱정이 너무 많다.
나는 어떻게 보면 축복받은 사람이기도 하다.
남들처럼 치열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으며, 별다른 노력 없이 작은 회사에서 별 탈없이 지금까지 잘 살아오고 있다.
딱히 돈 걱정도 없고, 건강은... 비염이나 신장(정상임)이 살짝 거슬리긴 하지만
하지만 요즘 참 많은 생각들이 든다.
오래 살면 내가 살아온 인생을 2번은 더 살 수 있을 것 같은데, 어떤 일을 하고 살아야하지? 혼자서 살 수 있을까?
과거의 나라면 아마 우울감에 빠져서 이미 늦었어... 하고 다른 도피처로 피했을 것이다.
지금은 그래도 피하면 하루하루 더 늦어질 뿐이라는 사실을 늘 생각한다.
물론 내 작은 심장이 아직은 다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, 조금씩은 그 고통을 참으며 노력하고 있다.
항상 나는 어떤 목표와 결과를 단거리 마라톤으로 바라봤고, 늘 숨이 차서 그대로 자리에 앉아버렸다.
하지만 모든 것들은 기나긴 마라톤이었다.
그 끝이 보이지 않는 마라톤에서 주어지지 않는 코스를 정하는 것도 쉬는 것도 모두 나의 선택이다.
결국 몇 년 ... 또는 수 십년이 지나 뒤를 돌아봤을 때, 내가 걸어온 길이 보여진다.
나는 지금까지 잘못된 길을 걸었을지도 모른다.
하지만 조금씩... 늦었지만 포기하지 않고... 무겁지만 한걸음씩... 마라톤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.


